에로비디오 다시 보기 혹은 잡설

아직 20대, 어딘가에 올렸던, 혹은 썼던, 글을 발견했다.
평소 에로비디오를 즐겨보지도 않는 주제에 왜 이런 글을 썼을까?
아마 원고료 때문인것 같다.에로비디오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겠지. 내 기억으로는 이런류의 글을 열편쯤 썼던 것 같은데 남아 있는 건 단 두편이다.
그래도 이 글 덕분에 한때 비디오잡지 편집장을 하던 시절 그쪽 업계에서 먹어줬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유리나 민서 같은 그 때 그 배우들은 다 지금 무얼하고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지금 읽어보면 유치하고 어설픈 글이지만 그래도 기념삼아 올려 본다.

  

투명팬티 2 - 문제는 상상력이다.

16mm 에로 비디오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궁금한 사람은 <투명팬티2>를 보자.
왜  1이 아니냐고  따지지 마라. <미소녀 자유학원 1>을 보지 못했다고 해서 2편을 보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투명팬티 1>을 아직 못 봤다고 2를 보는데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니까.
우선 이 작품이 다른 에로 비디오들과 뚜렷이 차별되는 세 가지 특징.
에로 비디오로는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이하 CG)을 사용했다. 혹은 그렇다고 주장한다. <유령> 같은 정품 영화에 대면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어설픈 수준이긴 하지만 에로 비디오에 CG를 도입하겠다는 발상만으로도 훌륭하다. 추억의 명작 <천둥 불> <가루지기>나 99년도 화제작 <버스 안에서>에 삽입(?)된 애니메이션만큼 충격적이다. 세상에 16mm에 CG라니!!!
두 번째, 모든 대사를 자막 처리해 주는 세심함이 이 비디오에는 담겨있다. 청각 장애자도 이 비디오를 즐길 권리가 있다는 박애정신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옆방에서 주무시는 부모님 몰래 비디오를 봐야만 하는 처량한 처지에 놓인 백수들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제작자의 피 말리는 경험이 이 한글 자막을 낳았으리라. 소리를 줄이고 단지 그림만 눈으로 쫓아야 했던 고통을 모르는 사람은 결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한글자막은 이중의 효과를 준다. 연기가 어색한 배우들의 발음을 신경 쓰지 않게 해줘 살색 그림에 쉽게 몰입하게 해준다. 한글, 배워 놓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그 많은 로열티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모르겠지만(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한 번쯤 들어보았을 명곡들이 이 비디오를 수놓는다. <약속>의 주제 음악, <접속>의 주제음악, <컬러 오브 나이트>의 주제 음악 등. <투명 팬티 2>의 OST가 만약  나온다면  당장 사고 싶을 정도다. 여기에 보너스가 하나 더 있다. 비디오가 끝나면 이 제작사에서 기출시 된 다른 16mm비디오 <캠핑 학원><두나의 광기> 등의 하이라이트 부분만 모아 놓은 압축판을 보여준다.
이렇게 쓰고 보니 엄청난 것 같지만 사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여타의 다른 에로 비디오들보다 나을게 없다. <투명인간의 사랑>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강간을 당한 여자가 복수한다는 설정은 <자귀모>를 흉내 낸 흔적이 짙다. 교묘하게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하는 식으로 짜깁기한 시나리오는 이 비디오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더군다나 너무 스케일을 크게 잡았는지 아니면 CG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느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감수하고 볼 준비가 되어있는 에로비디오 마니아로서도 참고 넘어가지 못할 부분들이 눈에 보인다.
대기업이라고 나오면서 직원이 달랑 한 명밖에 없는 사무실, 신혼부부들이 다 그렇게 해 놓고 사는지는 아직 연애도 못해본 나이기에 알 도리가 없지만 식탁과 침대밖에 없는 신혼집(신혼 부부들도 TV는 본단 말이다!) 투명인간이 되는 약을 발명할 정도의 과학자의 실험실에 있는 건 달랑 노트 북 한 대.
사실 그런 모든 것들을 감수하고 또는 포기하고 그렇겠거니 하면서 에로비디오를 보는 것이긴 하지만 이 비디오는 다른 에로비디오와의 차별화라는 창작물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만족시켰으면서도 기본적인 면에서 너무 약하다.  멋진  건축설계도가  있음에도  기초공사를 잘못해 부실 공사가  되고 만 셈이다.  아마  이  비디오를  보고  -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 용가리가 연상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라는 말이 에로비디오라고 예외는 아닌 것이다.



N세대의 야한 얘기 - 정말 야한 농담 같은

감독 : 원호정 / 각본 : 이우천
출연 : 전해룡, 김정우, 김주영, 김민주

N세대는 어떤 야한 얘기를 할까? 이 비디오에 따르면 이런 식이다.
어느 날 직장 동료에게 황당한 말을 듣는 한 남자. “이봐 자네 조심해야겠어. 자네 없을 때 자네 부인이 바람을 피운다는 소문이 자자해.” 남자는 믿지 않지만 사람 맘이 그런 게 아니라 어느 날 아내를 시험해 보기로 한다. 출장을 간다고 말해 놓고 밤이 오기만을 기다리지만 머릿속에서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장면만 떠오르고. 드디어 남편, 집에 몰래 들어가 창문으로 침실을 엿본다. 이런 제기랄 역시 아내는 바람을 피고 있었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은 남편, 당장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한 남자가 뛰쳐나오더니 하는 말.
“이봐 새치기를 하면 어떡해. 줄서야지 줄”
‘뭐야 이거! 언제 적 이야기를 하고 있어’라고 화내지 말 것. 이 길고 지루한 70년대 식 농담 같은 그렇고 그런 음담패설이 속에 들어 있는 야한 이야기니까. 그렇다고 16mm 비디오도 갈 데까지 다 간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달래 16mm 비디오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야한 농담을 들었을 때 구체적인 모습을 떠올리진 않지만 비디오는 상황 묘사에 강하다. 글로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장면만 떠오르고’ 이렇게 단 한 줄로 표현되지만 비디오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 단 한 줄을 집요하게 표현해준다. 결국 야한 농담은 그런 장면을 가져오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비디오의 제목을 라고 붙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전의 세대들이 활자세대라면 N세대들은 영상세대. 결국 N세대의 야한 이야기는 야한 영상을 의미한다.
이 비디오에 실린 9편의 이야기 중 첫 번 째 ‘줄서요 줄’은 그중 압권이다. 남편의 상상 속 아내의 불륜묘사는 탁월하다. 특히 정부 역을 맡은 남자배우의 손가락 연기는 황홀할 정도.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이 손가락으로 동전을 이리저리 옮기는 모습을 기억하는가? 그 주윤발이 울고 갈 정도다. 물론 이 정부가 가지고 노는 것은 동전이 아니라 유두라는 게 다르긴 하지만 . 아내 역을 맡은 배우 역시 보는 이를 몰입시킨다. 정부가 팬티 위와 허벅지를 더듬을 때 파르르 떨리는 대퇴부, 꺾여지는 엄지발가락. 이만 저만한 열연이 아니다. 감독의 시선도 끈끈하다. 꼿꼿하게 선 유두에 카메라를 고정한다. 단 한 줄의 글로 끝나버릴 걸 장장 5분간에 걸쳐 보여주는 감독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나머지 다른 이야기들도 그런 식이다. 머리 속에만 그리던 그림을 실제로 보여준다. ‘요즘 처녀막’ 같은 경우는 더욱 더 노골 적이다. 내일 결혼을 앞두고 애인과 정사를 나누는 여인. 그런데 콘돔이 없어 임시 방편으로 어제 먹다 남은 소시지 껍질을 사용한다. 소시지 껍질을 콘돔 대용으로 쓸 수 있는가는 직접 사용해 보면 알 일이고, 생각해보라. 소시지 껍질을 들고 멍하니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그리고 그 소시지 껍질이 거기에 홀라당 빠져 황당해하는 여자의 얼굴을. 더욱 죽여주는 건 그 여자와 첫날밤을 맞은 멍청한 남편이 딸려 나온 소시지 껍질을 보며 ‘어 신종 처녀막인가? 유통기한에 가격까지 써있네’라며 웃는 모습이다.
글로 읽거나 말로만 들었을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이 비디오에는 있다. 케이스에 그려져 있는 웃고 있는 아래 입의 의미가 그 때서야 와 닫는다. 확실히 영상의 힘은 강하다.

by 감정의폭주족 | 2005/03/18 13:21 | 감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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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초록불 at 2005/03/19 08:40
앗.. 이 글들 분명 처음 보는게 아닌데... 어서 봤을까나?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03/19 11:03
초록불/어디서 보셨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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