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상티망을 보다 -_-

토요일.
퇴근 후 들린 대여점에서 귀여운 여자아이가 그려져 있는 신간 만화 하나를 발견했다.

르상티망(HANAZAWA Kengo/서울문화사)

그 책의 카피와 내용을 보는 순간 나는 울컥했다. 그리고 몇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책을 빌렸다.

"현실을 직시해라!"
너희에게는 이제 미소녀 게임밖에 없어!!"


10년간 공장에서 근무한, 뚱뚱하고 못생기고 대머리에 안경 낀
음울한 30세의 중년 남자, 타구로.

그런 그가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미소녀 게임에 뻐져든다.
뚱뚱하고 못생겨도 자신만은 사랑해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건만
가상현실마저 그를 배신하는데......

과연 그는 가상현실세계의 그녀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현실세계에 좌절한 이땅위의 모든 남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MMO판타지드림 러브스토리!!!


읽는 내내 최강전설 쿠로사와를 볼 때와는 또다른 슬픔이 나를 습격했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타쿠로와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내 자신을 발견할때 마다 나는 괴로웠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고 슬픈 법.
내가 아무리 아니야, 아니야, 이건 아니야 라고 소리쳐봤자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나를 슬프게 한 것은.......

한통의 전화였다.

화창한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방구석에 쳐박혀 담배나 뻑뻑 펴대면서 주인공 타쿠로에게 싱크로를 하고 있을 때 걸려왔던 바로 그 전화

"형 그 잘한다는 카레집 이름이 뭐라구요" 라고 천진난만하게 묻던 상운이의 바로 그 전화 한통..


나는 어쩌면 2005년 4월 16일 토요일 오후의 그 한때를 평생 잊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by 감정의폭주족 | 2005/04/18 10:43 | 감상 | 덧글(5)

Commented by 정열 at 2005/04/18 12:33
박사장님이 소개해준 그 카레집의 음식이 맛이 없어서 상운이가 난감했었다더만...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04/18 13:18
정열/쳇-_- 그러게 누가 커플세트 같은거 먹으랬나. 난 커플세트따위 안먹어봤단 말야. OTL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5/04/18 14:27
"상운이... 너마저도..."라고 외친 카에사르 박...

역사의 한 장면 맞군...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5/04/18 19:28
집만 가르쳐주고 메뉴는 안가르쳐줬나 보지요.ㅍㅍㅍ
Commented by kyoko at 2005/04/19 00:49
이런 책은 필사적으로 피하시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은데...(_ㅡ;
이젠 자학으로 쾌감을 느끼시는거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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