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1

몇 해전 그러니까 아직 내 동생이 분가해 나가기 전 일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역시 내 평균 취침 시간은 새벽3시였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시시한 책들을 꺼내놓고 읽는둥 마는둥 하고 있었다.
새벽 2시반,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들어오시는 소리다.
내가 태어나서 나보다 술 잘마시는 사람을 여럿 보았지만 그중 제일 윗길은 우리 아버지시다.
그날도 술을 곤드레하게 드신 아버지의 양말을 벗겨드리고 옷을 벗겨드리고 갈아입을 옷을 드린 후 이불을 깔아 드렸다.
평소에 하던 일이라 -_- 그날도 그러려니 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셨다.
"여보, 대*아, 나와봐라."
잠결에 아버지 고함에 놀란 어머니와 동생은 눈을 비비며 마루로 나왔다.
그런 어머니와 동생을 본 아버지가 뜬금없이 이야기를 하셨다.
"여보, 당신 큰 아들 효자요. 대*아, 니 형 효자다" -_-
어머니, 동생, 나 다 너무 생뚱맞은 아버지의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아버지만 멀뚱멀뚱 쳐다보자 아버지가 다시 말씀 하셨다.
"야. 니 형 효자다. 누가 아버지 술 취해서 들어온다고 자리봐주고 옷 갈아입히냐"
아아아! 거기까지만 하셨으면 좋았을 것을.......
"니 형이 장가 안간 게 못가서가 아니라 술 먹은 아버지 뒤치닥거리 하려고 일부러 안가는 거야. 니 형 만한 효자가 없다."
"대*아. 너 나 술 못마실 때까지 결혼하지 마라"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술을 잘 드시고 나는 아직 결혼을 하고 있다. -_-

by 감정의폭주족 | 2005/09/08 14:48 | 잡담 혹은 농담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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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少年家長 at 2005/09/08 15:08
감동...ㅜ.ㅜ
Commented by 이지스 at 2005/09/08 15:36
오호?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09/08 22:21
소년가장/너무 감동적이라 문제지-_-
빠다/그 오호의 의미는 무엇? -_-
Commented by 서누 at 2005/09/09 00:57
으음..그런 감동적인 사연이있었던 거군요. (적는다)
Commented at 2005/09/09 01: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표류소녀 at 2005/09/09 03:44
2, 3으로 이어지는 시리즈가 기대되는군요.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09/09 07:46
서누/감동적이죠. 연우에서 그런 감동을 기대해보아요.^^
비밀글/우헤헤헤. 이름이 예쁘구나.
표류소녀/조만간 2편을^^
Commented by 머미 at 2005/09/09 08:38
그런데 지금 아버님과 같이 살고 계신가요? (효자라고 소문나면 여자 다 떨어집니다.;)
Commented by 고래고래 at 2005/09/09 11:11
예쁨 받고 사시는군요. ^^
Commented at 2005/09/09 14: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살구쨈 at 2005/09/09 16:57
아.....!!!(오른쪽 주먹을 왼손바닥에 탁 내려치며)
Commented at 2005/09/10 23: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09/11 19:48
머미/떨어질 여자도 없어요^^
고래고래/예쁨이라기보다는. 그런데 뉘신지요.^^
비밀글1/재밌었잖아^^
살구쨈/훗훗훗. -_-
비밀글2/알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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