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겠다

1.
어제 오후, 어머니가 드시고 싶다시던 장어를 사들고 병원에 갔다. 어머니가 주무시고 계신다. 으흠 어쩐 일이람. 어머니도 별로 잠이 없으신 분이라 이 시간에 주무실 일이 없는데. 내가 고개를 갸웃갸웃 거리자 옆에서 말씀해주신다. 방금 수술하고 와서 힘들어서 주무시는 것 같다고. 수술이요? 나는 화들짝 놀란다. 수술이라니!. 어머니가 그 소란에 깨어나신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2시간 밖에 안걸리는 -_- 간단한 수술을 받으셨단다. 왜 연락을 안하셨냐고 묻자 어머니가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보호자를 찾긴 했는데 우리 아들 일 열심히 하느라 못 온다고 말씀하셨단다. 괜찮다고, 지금 별일 없지 않냐고 말씀하셨지만 그 순간 울컥했다. 미치겠다. 난 그 시간에 사무실에서 메이저리그 보고 있었다.

2.
병원에 있다가 동생과 교대를 하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근 1년만에 대학동기와의 만남.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셨다. 취했다. -_- 아니 많이 취했다. 정신을 잃을 정도의 오랜만의 폭주. 아침에 일어나니 띄엄띄엄 기억이 나긴 하는데 차라리 안났으면 좋을 기억들. -_- 나는 술에 취하면 보통 손수건을 흔들거나 저 먼 어딘가로 텔레파시를 보낸다. 손수건을 흔든 기억도 났고 어딘가로 텔레파시를 보낸 것도 같아 얼른 전화기를 꺼내들고 최근 통화기록을 찾아봤다. 어머니한테 건 전화가 있다. 사랑해요, 오래사세요, 같은 낯 간지러운 말을 한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도 어머니가 수술 하실때 헤헤거리며 메이저리그를 보고 있던 내가 부끄러웠나 보다. 더 부끄러웠던 건 가장 최근 통화기록에 모님의 이름과 10분이라는 통화시간이 찍혀 있는거였다. -_- 기억이 띄엄띄엄이라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데도 전화 걸 곳이 없어요, 같은 징징거리는 말을 한 기억이 떠올랐다.(문*님 잊어주세요. -_-) 미치겠다. 술 취해서 40대 아저씨에게 전화해 징징거리는 삶이라니. OTL

by 감정의폭주족 | 2005/10/21 09:13 | 잡담 혹은 농담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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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5/10/21 09: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0/21 09:5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5/10/21 10:04
음... 별 걸 다 기억하는군... 그런데 40대 아저씨는 누구야? 난 서른 아홉이라 잘 모르겠는걸?
Commented at 2005/10/21 10: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0/21 11: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0/21 11:49
비밀글1/훌쩍훌쩍.
비밀글2/덧글 남겼다.
초록불/아예, 그렇군요. 그럼 그 40대 아저씨는 누구였을까요? -_-
비밀글3/1. 맞아요. 언제나 그렇죠. 2. -_-
비밀글4/호호호호호. 전화할까요?
Commented at 2005/10/21 11: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0/21 12: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네크 at 2005/10/21 15:09
이번에는 '저한테도 하셨어요.', '술마시고 전화한 거였냐?', '전화 받았을 때 어쩐지 이상했어요. 평소에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지만.' 등등의 비공개 덧글들일까요? -_-a
Commented at 2005/10/21 15: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0/21 16:18
또비밀글1/그죠. 너무 슬픈 이야기죠. -_-
또비밀글2/호호호호호. 자랑하고 다녀야겠어요. ^^
또비밀글3/그려. 너도 힘내라!
네크/빙고^^그건그렇고 '평소에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지만'이 니가 보는 나였구나. -_-
또비밀글4/열심히 한번 해봐^^
Commented by 도로시 at 2005/10/21 17:33
왠 비공개 덧글이 주루룩;;;;;
Commented by 서누 at 2005/10/21 18:43
도로시/ 혼란한 틈을 타서 <저에게는 한밤중에 ‘쟉이’라고 문자 보내셨었어요>라고 하려다가, 너무 과도한 스트레스일 것 같아서 말았어요. =_=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0/22 09:38
도로시/^^
서누/님하 -_-
Commented by 0202 at 2005/10/23 00:35
정말 효자시군요. 어머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0/23 03:05
0202/에..효자는 아닙니다. 어머니는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Commented by 얼음칼 at 2005/10/24 15:45
0202 // 장가를 가야 효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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