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및 근황 - 친구, 동네형, 그리고 술

1.
동기들과 술 자리를 하다보면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어제도 그랬다.
동기 셋 모인 자리에 아는 동생 한명이 합석을 했는데 그 친구가 나보고 박언니-_-라고 칭하자 동기들이 기겁을 한다. 너같은 반건달, 양아치가 어떻게 언니 소릴 듣느냐고. 맞는 말이다. 예전의 나는 확실하게 양아치였다. 무슨 협객이라도 된 것처럼 가방에 도끼를 넣어 가지고 다니고(아! 이건 고등학교때구나-_-) 이틀 걸러 한번씩 남산에서 술마시고 구르고 -_- 누가 시비걸면 끝까지 따라가 어루만져주고. 훗. 돈 생기면 학교 앞 술집에 맡겨 놓고 돈 없는 후배들 오면 돈 받지 말고 술 내주라 하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난 변한 게 없다. 지금도 변함 없이 양아치인데다가 그때도 난 열일곱살이었고 지금도 열일곱살인 건 마찬가지니까. 변한 게 있다면 딱 하나. 지금은 박언니로 불린다는 것. -_- 단지 그것 뿐이다. OTL
어쨌거나 친구들은 내가 박언니로 불리는 게 너무 신기한가보다. 신기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_-


2.
한 친구는 동행한 동생한테 내가 예전에 얼마나 양아치였는지를 열심히 설파하고 -_- 다른 친구는 내가 왜 박언니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한참 하고 있는 와중에 한 친구가 좀 늦게 등장했다.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를 잠자코 듣던 이 친구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건낸다.
"**아. 너 또 사고 쳤냐? 아직도 그러고 다녀?"
"내가 뭘. 내가 무슨 사고만 치고 다니는 사람이냐?"
"얘가 너보고 뭘 박었니 -_- 그러잖아" 박었니라니. -_-
아무려나 이 친구 좀 있다 키핑해 놓은 술을 보더니 내 귓가에 속삭인다.
"저기 후배뚱이란 거 보고 난 처음에 후배위-_-라고 쓴 줄 알았어. 후배만보고 후배위를 연상한 내가 이상한 건가?"
"너!!! 충분히 이상해!!!"라고 소리를 쳐준 후 생각해보니 헉! 그럼 아까 그 박었니가 그 박었니였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OTL 그런 사고라면 100번이라도 치겠건만. 쳇.
어쨌거나 우리 친구 중 군대 가기전에 등단 한 친구는 이 친구가 유일했는데. 그랬는데 흑흑. (이 친구 더군다나 동화로 등단했다. -_- )
세월이 흐르긴 참 많이 흘렀나보다. -_-

3.
한 친구가 머리를 이상하게 하고 나왔다. 너 머리가 J에게 부르던 이선희 같어라고 말을 하자 자기 머리 반곱슬이라 머리 모양이 이렇게 밖에 안 나온다고 그런다. 그러더니 투덜거린다.친구면서 여태 그걸 몰랐냐고. 난 당연히 몰랐다. -_- 그래서 한마디 해줬다.
"이 년아. 내가 그걸 어케 알어. 너 안지 이제 겨우 16년인데 "
50년을 같이 산 부부도 모르는 것 투성이라는 데 이제 겨우 16년째인 날보고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 같다. 젠장 내가 그런 걸 알았다면 연애를 열두번도 더했을거다. -_-

4.
그러고보니 어제가 무슨 날인가싶다. 예전 거칠게-_- 놀던 시절의 나를 아는 동기들을 만난데다가 그 시절 사람으로부터 전화도 한통 받았으니까.
어제 오후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더니 전**씨를 찾는다.
이름은 확실하게 내 이름인데 자꾸 전씨라고 하는데다 목소리도 낯설어서 누구시냐고 계속 묻자 **형이라고 말을 한다. 그러더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기억 안나냐고 한다. **형? 아! 그제야 기억이 났다. 예전 내가 조금 건들거리던 시절 -_- 같이 어울려 당구도 치고 그러다 거액의 즉빵이라도 지방에서 벌어지면 같이 보디가드로 원정도 가고 -_- 술도 마시고 했던 동네형이다. 나도 당연히 그 형 이름만 기억나고 얼굴도 가물가물하니 그 형도 내 성을 틀릴 수 밖에 없을거다. 까마득한 그때 그 시절 그 형은 강남에서 보도방-_-을 운영하고 있었고 나보고 아르바이트로 보도방 운전기사라도 하라고 했던(훗. 물론 하지는 않았다.) 아주 고마운-_- 기억이 떠올랐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쭈뼜대더니 &&형 기억나냐고 묻는다. 기억은 무슨 도미노 같아서 그때 그 시절 일들이 주르륵 펼쳐졌다. &&형도 당연히 기억났다. 애들 여럿 데리고 하우스와 -_- 경마장에서 사채업을 하던 역시 동네형이다. 어쨌든 그 형이 나를 수배 좀 해보라고 했단다. -_-
뭔 일 있냐고 묻자 검찰에 탄원서 쓸일이 생겼는데 나보고 초안 좀 잡아 달라 그런다. 허걱. 그러고보니 그때 같이 어울렸던 형들이 자기네들은 다 중졸내지 고퇸데 내가 유일하게 대학물 먹었다고 갈궜던 기억이 났다. -_-
당장 보자고 하는 걸 약속있어서 안된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토요일날 다시 전화를 하겠단다.
끊고나서 생각하니 좀 황당했다. 그 시절 같이 어울리긴 했지만 얼굴 안 본지도 오래고 더군다나 내가 그 형들하고 안 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나랑 친했던 동네 친구 하나를 꼬셔 하우스다 경마장이다 데리고 다니더니 -_- 결국 그 사채하는 형한테 돈을 빌리게 해 패가망신 시킨 것 때문인데 말이다.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도와달라고 전화를 했으니. -_-
내가 그렇게 친했었나 싶기도 해서 좀 어리벙벙했다.
어쨋거나 토요일 날 전화오면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다시는 이런 일로 전화하지 말라고. 이제 나는 박언니라고. -_- (그나저나 사무실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 설마 이글루를 하는 건 아니겠지. -_-)

5.
키핑 해놓은 술 다 마셔버리기의 일환으로 어제 친구들을 데리고 테라스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다들 만나면 무너질때 까지 마시자 주의로 인생을 살아온 인간들이라 이미 소주 5병에 맥주 5,000을 마신 뒤인데도 키핑해 논 술이 10분도 지나지 않아 사라져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새로 딤플을 하나 더시켰다. 홀짝홀짝 들이키다 보니 어느새 그것도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여기서 멈춰야해 속으로 다짐을 하는 순간 환청이 들렸다.
"**아 테라스 스카치 불르는 형이랑 마시자."는 재훈이 형의 목소리. -_-
결국 스카치 불르를 하나 더 시켰다. 그리고 반 병쯤 남기고 일어섰다.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노래방을 가자고 하더니 1시간 반동안 광적으로들 논다. 뭐 나도 조금 움찔거리긴-_- 했다. 겨우 4차를 끝낸 시간이 1시. 아침 일찍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야하는 나는 조금 일찍 들어가라고 하더니 자기들끼리 더 마시러 간다. -_- 징한 놈년들이다.

6.
이글루 검색어 1위-_-V 를 한 뒤 방문자수를 체크해 보았더니 150명쯤 더 늘었다. -_- 뭐 민감한 포스팅때 갑자기 방문객이 서너배 느는 것에 비하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아니 정말 매일 술 마신 이야기 밖에 없는데 뭘 볼게 있다고. -_-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1위 등극 기념으로 사람들이나 불러모아(공지나 할까? -_-) 테라스에서 술이나 마셔야겠다. -_-
그나저나 설마 오늘도 1위 하는 건 아니겠지. -_-

by 감정의폭주족 | 2005/11/04 16:08 | 잡담 혹은 농담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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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찬별 at 2005/11/04 16:15
도끼는 나무하려고 들고다녔잖아요
Commented at 2005/11/04 16:4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1/04 17:0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징소리 at 2005/11/04 17:16
테라스 가실 때 가끔은... 저도...;;;
Commented at 2005/11/04 17: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1/04 17: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서누 at 2005/11/04 18:33
나무한 돈으로 출판사를 차리셨,,,,
Commented by 시니컬콩 at 2005/11/04 18:43
술 마신 얘기가 재미있거든요... (;._.)a
Commented at 2005/11/04 19: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1/04 20:23
찬별/그... 그...그렇지. 학교 뒷산에 나무가 많긴 했어. -_-
비밀글1/호호호호호. 저도 어색한데요 뭐^^
비밀글2/우워워워ㅜ어ㅜ어 -_- 미워할거에요. -_-
징소리/^^ 하하 그러죠.
비밀글3/정말 할까요? 호호호호호. 원하신다면^^
비밀글4/네. 두 주먹 불끈! ^^
서누/헉. 그 비밀을 어떻게......-_-
시니컬콩/술 마신 이야기가 뭐 그리 재미있냐고욧! -_-
비밀글5/아아아. 뭔가 미스테리하고 지적이고 쿨한 블로그를 지향했건만 털썩. 글만 봐도 취하신다니 이래서야 주정뱅이클럽 밖에는...-_-
Commented by 네크 at 2005/11/04 23:14
훗. 그 '조금' 건들거렸다는 시절에 형님의 형님뻘 되시는 '귀한' 분 존안을 뵈러 가셨다가 낭패봤다던 그 이야기가 문득 떠오릅니다. 90년대 한창 쏟아졌던 '건들거리는 분들'이 등장하시는 만화도 그렇게 웃기진 않았....;;;
Commented by 도라지 at 2005/11/04 23:38
나뭇꾼으로서 대성은 못하셨군요. 선녀를 못잡으셨으니...
Commented at 2005/11/05 02: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1/05 08:03
네크/쳇. 역시 넌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_-
도라지/서..서..선녀. 그러고보니 선녀를 잊고 있었어요. 흑
비밀글/가입비 받습니다. 호호호호호호.
Commented by 머미 at 2005/11/05 12:25
4차 끝내고 1시면 양도 양이지만 속도도 장난 아니군요.;
Commented at 2005/11/05 12: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1/05 14: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1/06 08:14
머미/에 6시에 시작 했으니까 빠른 편은 아니죠. 예전엔 15분에 한병 꼴로 수병을 비웠으니까요. -_-
비밀글1/앗. 정말 시니컬^^ 기운내세요!
비밀글2/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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