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흥얼거리다


지난 월요일 예정대로 후배네 집에 모여 술을 마셨다. 나는 고기를 끊어 오고 교정박군이 화요 2병과 와인 한병을 가지고 왔다. 거기에 이번에 인류학을 다시 공부하겠다고 대학원 시험을 본 제시, 파리에서 돌아 온 김사장과 도로시, 집주인 프네. 술과 고기의 최상의 조합. 사람과 사람의 최상의 조합이 어우러졌다.

우리는 술을 마시며 '그때 왜 우리는 빨갱이 일 수 밖에 없었나'와 '문화 인류학 공부하면 좋겠네, 일류니까(발음에 유의하시랏)' 와 '박언니는 왜 아직도 연애를 못하나'를 이야기 했고 교정박군의 증언 '우리가 빨갱이는 아니었지만 그때는 시대가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교정박군은 지난 서울 시장 선거 때 사회당 찍었다. 열린우리당 찍었던 나한테 꼴통 보수라고 그런다. -_-), 박언니의 증언 '인류학 공부 다하면 니 책 다 내가 내줄게.' (뭐 다들 알겠지만 원고가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도로시의 증언 '박언니 연애 안하고 매일 인상 쓰고 다니니까 회사생활하기 힘들어요.' (도로시는 목하 열애중이다. -_-) 가 이어졌지만 뭐 결론은 늘 그렇듯이 나지 않았고 취기는 급속도로 올라왔다. 나는 보일러를 너무 세게 틀어서야 라고 스스로에게 우겼지만 알고 있었다. 몸이 이제는 정상적으로 술에 반응 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약해 졌다는 걸.

취기를 날려버리기 위해 후배네 오피스텔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럭셔리수엘 갔다.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비쌌다. -_- 일반방이 한시간에 1만8천원, 스페셜룸이 3만 6천원. -_- 일반방으로 잡고 나는 앉자마자 2곡을 연달아 불러제꼈다. 리쌍의 '내가 웃는 게 아니야'와 부가킹즈의 'tic tac toe'(참고로 내가 웃는 게 아니야는 오후 6시까지 tic tac toe은 그 이후의 내 휴대폰 컬러링이다.) 그리고 기절했다. -_-
방이 좁아서인지 구르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 코코는 소리를 코러스 삼아(아니 왜?) 1시간을 더 연장 했다고 한다. -_- 어쨌거나 나는 '교실이데아' 반주에 깼고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목은 너무 맛이 갔고 비몽사몽이라 '됐어 됐어 이제 오늘 노래는 됐어'를 중얼거리며 노래방을 나왔다.

집에 돌아 오는 길에 손수건은 흔들지 못했지만 난 흥얼거렸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또 내가 걷는게 걷는게 아니야 너의 기억 그 속에서 난 눈물 흘려 너를 기다릴 뿐이라거나 오늘도 술로 밤을 채우고 저 가로등 불이 흔들거려도 자꾸 니가 또 생각나 추억이 지워지지가 않아를. 내 삶은 늘 그런식이고 어쩌면 난 매일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할때쯤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또 흥얼거렸다. 가버려 저멀리 사라져 내가 울기 전에 내안에서 떠나줘 Baby set me free 이젠 더 사랑이 안보여 다가서기조차 싫어 두려워라고. -_-
술로 밤을 채우진 못했지만 달은 밝았고 추억은 지워졌지만 손수건은 여전히 내 주머니 속에 있었고 사랑이 이제 더 이상은 두렵다고 느껴지진 않았지만 공기는 차가왔다. 그런 밤이었다.

by 감정의폭주족 | 2005/11/16 08:57 | 잡담 혹은 농담 | 트랙백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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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oam at 2005/11/16 09:57
아아.. 이온음료에도 약해지신 겁니까...
Commented by 바다에빠진하늘 at 2005/11/16 10:02
왠지... 뭉클한데요? 언니 글에서 외로움이 묻어나요. ㅜㅜ 빨리 팬클럽 수를 더 늘려야겠어요~~~^^
Commented at 2005/11/16 10: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5/11/16 10:33
노래방 수, 참 좋죠.... 거긴 사진빨도 잘 받아요.
Commented by 도로시 at 2005/11/16 10:42
이 외계인, 어서 당신 별로 돌아가욧!!!-_-+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1/16 11:16
roam/그러게요. 흑흑
바다에빠진하늘/뭉클은 무슨. 그냥 청승이죠^^
비밀글/헉. 글이라뇨. ^^;;;아이스크림 공짜보다 노래방비가 싼 게 더 좋아요.^^
한도사/설마. 사진 찍으신 겁니까? -_-
도로시/가야 하는데, 혼자 가자니 좀^^;;
Commented by BOSOMI at 2005/11/16 11:37
역시 감성충족 100% 박언니님 포스팅~!
Commented at 2005/11/16 11: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1/16 12: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시니컬콩 at 2005/11/16 12:37
왠지 많이 외로워하시는 듯한 느낌이 들어 짠한...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1/16 13:41
BOSOMI/아니 뭐가 감성적이라는 거에욧. ^^ 보솜이님이 더 훨 감성적이시면서^^
비밀글1/넵. 서로 힘내죠. ^^
비밀글2/수가 있고 럭셔리수가 있어요. -_- 그나저나 그 가격이면 맘 놓고 노래부르기가 영.
시니컬콩/에....낚이셨습니다. ^^
Commented at 2005/11/16 14:1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1/16 14: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바다에빠진하늘 at 2005/11/16 14:26
럭셔리수랑 그냥 수랑 또 다른 거군요. 싱기해라~ 저는 아직 수 노래방도 못 가 봤는데. 언니의 '내가 웃는 게 아니야' 정말 기대되는데요? 저한테도 언제 함 들려주심이.. ㅎㅎ 요즘 그 노래 너무 좋아요. 푸훗.
Commented at 2005/11/16 14: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1/16 15:1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1/16 15:40
비밀글1/그러자구^^
비밀글2/수가 있고 럭셔리 수가 있답니다. 설 오면 제가^^
바다에빠진하늘/언제 들려줄까요? ^^
비밀글3/오옷. 듣고 싶네요. ^^
비밀글4/언제 술도 한잔 하고 노래방도 가야 하는데. ^^
Commented by 바다에빠진하늘 at 2005/11/16 15:59
전 언제든지 좋아요. 후후. 맨날 말로만~ 저 삐져욧! ^^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1/16 16:22
바다에빠진하늘/날 잡아 보라니까요. ^^
Commented at 2005/11/16 17: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1/16 17:3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1/16 17:34
비밀글1/아앗. 그..그런. 매일 약속이긴 했죠. ^^;;;
비밀글2/쳇. 덧글도 못남기게 만들어났으면서. 어케 연락하라고. ^^
Commented at 2005/11/16 17: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1/16 20: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1/17 12:51
비밀글1/포스팅이 없으면 덧글 달 장소가 없죠. ^^
비밀글2/질러존도 좋긴한데 의자가 불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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