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언니 악명을 떨치다 2

2. 박언니 어이없어하다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
초라한 남녀는
술 취해 비 맞고 섰구나 / 허수경 불우한 악기 중에서

그때 내 심정이 딱 그랬다. 그날 나는 술을 마시지는 않았지만 술 취한듯 몽롱했고 그날 밤비가 내렸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마음은 비맞고 선 초라한 남녀였다.(영언문화사는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었다.) 첫 공지를 올린 후 나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악의에 찬 덧글들을 보며 분노 이전에 허탈감에 빠졌다. 허수경이 불우한 악기 마지막 연에서 노래 한 것처럼 끝내 희망은 진실은 먼 새처럼 꾸벅이며 어디 먼데를 저 먼저 가고 있는 처지였다.
사람들은 이야기의 진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이미 맹목적이 되어 버린 그들은 눈감고 귀막고 그저 자기들이 옳다고 생각한 것만을 큰 소리로 소리치는 확성기에 불과했으니까.

사실 처음 일이 터졌을 때 눈과 마음 출판사 측에서 전화가 걸려왔었다. 출간중지요청. 고문변호사를 통해 알아 볼 것은 다 알아봤다고 윽박지르는 전화. 나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했다.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것을 인지시키기 위해 나는 노력했다. 막무가내였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끊임 없이 이야기를 한게 먹혔는지 결국엔 표절은 아니라고 인정을 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아이디어 도용이라고 그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출간을 중지하라고 했다. 아이디어 도용이라. 하. 나는 어이가 없었다. (어이가 없는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내가 타이판의 여자를 읽으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쪽에서는 당황했는지 서둘러 전화를 끊었고 다시 전화를 걸어 표절이 아니다. 아이디어 도용도 아니다. 자기네 쪽에서 다시 확인하고 공지를 올리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눈과마음측에서는 공지가 올라오지 않았고 내가 전화를 하면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나는 그때 그 사람들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다.
첫번째 공지가 올라 간후 실시간으로 달리는 덧글을 보면서 허탈했고 분노했지만 한번 더 사람들을 믿기로 했다. 성의를 다해 해명하고 이야기하면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타이판의 여자를 출간할 눈과마음 출판사에서도 표절이 아니다라고 인정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담아 공지를 올리면 될 줄 알았다. 그래서였다. 자정 넘어 한편의 공지를 더 올린 이유는.(공지를 보시려면 클릭)




안녕하세요.
영언문화사입니다.
로맨스 소설에 그 누구보다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영언문화사는 지금의 상황이 무척이나 힘들고 어렵습니다.
저희에게 쓴소리를 주시는 독자님들 역시 저희에겐 소중한 독자님이십니다.
표절의혹에 대해서는 애초에 문제가 제기 된 로맨스월드 사이트와, 김경미 작가님이 활동하고 계신 한국로맨스작가협회 사이트에 영언문화사의 입장에 대한 글을 올렸습니다.
이는 출판사의 해명을 요구하셨던 독자님들께 진실을 알리고자 함이었으며, 또한 이 일이 더이상 확대되어 모두에게 피해가 되는 일이 없고자 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미처 헤아려 알려드리지 못한 의문점이 남아 있는 것 같아 한점의 오해라도 바로잡기 위해 다시 한번 글을 올립니다.
몇몇 분들께서는 저희가 바람소리 님의 작품을 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품으시는 것 같습니다.
일단, 출판사들 간에는 기본적인 도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타 출판사와 계약한 작가는 컨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재 영언문화사는 다른 출판사에서 작품을 내시는 작가분들께는, 작가께서 저희에게 직접 원고를 보내주시지 않는 이상 먼저 작품을 검토하거나, 출간하자는 제의는 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알기로 바람소리님은 눈과 마음의 메인 작가님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저희는 바람소리님이 먼저 영언으로 글을 보내주시지 않으신 이상 컨택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컨택할 수 없는 작품을 애써 검토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한지 오래됐고 인기가 많은 연재물인 <타이판의 여자>를 보지않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독자님들께는 말씀드리기 죄송하오나, 로맨스 담당자가 새로 바뀌면서 공교롭게도 이럴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영언의 로맨스 담당자는 2002년 6월 1일 부터 업무를 시작해, 최근의 작품이나, 컨택할 수 있는 작가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검토해 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직 읽지 못한 많은 작품 중의 하나가 바람소리님의 연재글이라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만약 바람소리님의 작품을 미리 알았다면 서로 불미스러운 오해가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했을 것임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카사블랑카>와 <타이판의 여자>는 엄연히 다른 작품입니다. 단지 표지 뒤 광고 카피가 유사할 뿐 전개도, 내용도, 분위기도 전혀 다릅니다. 몇몇 독자님께서는 이번 일의 해결을 위해서는 영언문화사가 <카사블랑카> 출간을 늦춰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그것은 저희가 잘못하지 않은 일을 시인하고 또 모든 책임을 영언과 김경미 작가님이 지라는 것과 다름 없는 일입니다. 이번일로 바람소리님께서도 무척 힘드실줄 잘 압니다.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점은 정말 애석합니다. 하지만 김경미 작가 역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카사블랑카>를 읽지도 않은 분들의 공격에 가장 큰 상처를 입은 것은 김경미 작가이며, 또 영언의 자존심입니다.
영언문화사는 로맨스만 출간하는 출판사가 아닙니다. 일반소설, 무협, 판타지 소설, 인문서, 학술서적, 아동서적 등 많은 종류의 책들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로맨스 사이트만 따로 사람을 두어 동향을 살필만큼의 여력이 없습니다. 저희가 좀더 여유가 생겨 모든 글을 빠짐없이 읽고, 그래서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여전히 출판사의 일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벽하게 모든 글을 읽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밖에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이점은 저희로서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영언의 입장에 대해서 말씀하시기를 ****를 출간 취소한 **출판사와 비교하시는 분들께도 한말씀 올립니다.
**과 **** 문제는 이 일과 별개의 일이며,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몇분이 감정에 겨워 이분들의 이름을 언급하시는 것 역시 **과 ****의 작가님 양측 모두에게 누가되는 일입니다. 더이상 이번일과 상관없는 분들까지 욕되게 하지 말아주실것을 당부합니다.
눈과 마음 측의 편집장님과의 통화에서 그 분은 "<카사블랑카>는 표절이 아니다"라고 인정하셨음을 밝히며 영언은 돈을 벌기위해 표절작임을 알면서도 출간을 하거나, 표절시비를 일부러 조장해 상술로 이용하는 그런 부도덕한 출판사가 아닙니다. 영언이 <카사블랑카> 단 한작품만을 팔기위해 작가님의 명예를 더럽히고, 그동안 좋은 작품을 내기 위해 쏟았던 모든 노력을 헛되게 하고, 또다른 좋은 작가님들의 작품을 더이상 내지 않게 될 그런 이해하기 힘든 상술을 부리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또다시 이런 글로 인사드리게 된 점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그렇게 공지를 올린 후 우리 편집부 누구도 잠을 자지 못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악플들. (그런 악플따위 옮기고 싶지도 않다. 지금 봐도 분노가 새록새록하다. -_-)
우리는 밤을 새며 다시 카사블랑카를 읽었고 타이판의 여자를 읽었다. 혹시 하나라도 우리가 놓친 부분이 있는지를 살폈다. 혹 팔이 안으로 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 오해를 살만한 부분이 있는지 만약 책으로 나왔을때 사람들이 꼬투리를 잡아 이야기 할 건덕지가 있는지를. 하지만 아니었다. 둘은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사실 나는 두편의 해명 글이면 모든 게 잘 해결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 생각 해보면 부질 없는 짓이었다. 그렇게 구구절절 변명 할 필요가 없었다. 자칭 독자들은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내가, 우리가 괴로워하고 허탈해 하고 있는 그 와중에도 눈과마음과 지수현은 다른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사람이 사람에게 가지는 악의. 그 악의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너무 거짓말을 한 나머지 그 거짓말이 진실이라고 착각하고 그 거짓된 진실을 위해 목숨 거는 사람들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나는 그때 또 깨달았다. 옛말 그른 거 없다지만 가끔은 옛말도 그르다는 걸. 때린놈은 발뻗고 못자도 맞은 놈은 발뻗고 잔다던 옛말은 틀렸다. 맞은 우리들은 벌건 눈으로 밤을 샜지만 그들은 아니었다. 나는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그렇게 힘들게 밤을 샜다.
그리고 내 생애에서 가장 긴 하루가 시작되었다.

by 감정의폭주족 | 2005/11/22 16:56 | 로맨스와 나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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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징소리 at 2005/11/22 17:04
...;; 솔직히 어제 그거 상당 부분을 봤어요. 공지글이랑 덧글이랑-_- 사건의 추이를 게시판으로 보고 난 후에 다시 이 글을 보니... 참 세상에는 골때리는 일들이 많네요.
Commented at 2005/11/22 17:2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1/22 17:4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불타는이단옆차기 at 2005/11/22 17:51
/징소리
공지글이랑 덧글 어디에 남아있는지요..
읽어보고 싶어서요..
Commented at 2005/11/22 17: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1/22 18:3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도라지 at 2005/11/22 19:06
불타는이단옆차기// www.lovepen.net 의 독자마당 자유게시판에서 영언으로 검색해 보시면 됩니다. 이 게시판의 120번에서 200번까지의 게시물이 대략 그때의 사건관계 게시물이더군요. 이 시기 로맨스에 대한 관심을 잃고있던 때라 저도 모르고 지나간 사건입니다만 한숨 나오는 사건이더군요.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역시 팬은 좋지만 빠는 좋지않다.
Commented by 미친마녀 at 2005/11/22 19:21
어디나 인기 있으면 장땡이로군요. 만화도 로맨스계도 야오X도...
Commented by Prometeus at 2005/11/22 19:32
보다가 조금 궁금해져서 www.lovepen.com으로 들어가 봤더니, 갑자기 웬 포르노 사이트가 등장...(옆에 사람 있었는데 ㅡㅡ;;;)
언제부터 한국에서 로맨스=포르노냐 하고 경악하던 찰나에, 찬찬이 보니 주소가 틀렸군요. =_=
Commented by pena9 at 2005/11/22 20:15
... 다음 편을 주세요! (...)
Commented by 시니컬콩 at 2005/11/22 21:45
사실, 그저 게시물을 읽고 판단하기엔 좀 애매한 감이 있었는데
이렇게 자세히 알아가고 있는 이 상황이 몹시 흥미진진하다고 말씀 드리면
화내실라나...
어쨌든 저도 조금씩 어이없어지고 있답니다.
왠지 씁쓸해지기도 하구요. 사람들의 아집이란.... 휴우....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1/22 22:46
징소리/뭘 가서 보고 그러셨어요. ^^
비밀글1/그게 그려지나요? 생각만 해도 무서운데-_-
비밀글2/호호호호호. 시간낭비에요. 주말에 저 봐야죠.^^(먼산)
불타는이단옆차기/연재물을 제대로 안 읽으셨군요.-_-
비밀글3/뭐...그러려니 해야죠.^^
비밀글4/하하하하. 에 그렇게 자르고 싶어서 자른 건 아닌데^^
도라지/그렇죠. 빠는 역시 양날의 검이라는.....
미친마녀/ㅎㅎㅎ. 장땡 잡는 장사를 빨리 이 바닥에도 도입해야 하는데^^
Prometeus/-_-
pena9/넵.^^
시니컬콩/게시물만보고는 잘 모르죠. 뭐 어차피 이 포스팅들도 제 개인적인 편견일 수 있으니까요.^^
Commented at 2005/11/22 23:4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1/23 03: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불타는이단옆차기 at 2005/11/23 09:40
/폭주족
아.. 설마 아직까지 남아있을 줄은 몰랐습니다..삭제했을거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어서요..^^
/징소리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1/23 14:30
비밀글1/^^ 12월 3일 어때요?
비밀글2/ㅎㅎㅎ 뭐 거기만 그러겠어요. ^^
불타는이단옆차기/^^
Commented at 2005/11/23 14: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5/11/23 22: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5/11/23 22:51
비밀글1/뭘하긴요. 책 보면서요. ^^
비밀글2/공정의 의미를 잘 몰라 그럴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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