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30일
박언니 악명을 떨치다 8
8 박언니 반성하다
표절의혹이 처음 제시된 날은 정확하게 23일이었다. 그날 부모님과 마당놀이를 보기로 했던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오후 3시경 퇴근을 했고 로맨스 사이트에 그런 게시물들이 올라 오고 있는지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그런 의혹이 올라왔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주변은 너무 시끄러웠고 소음너머로 들려온 더군다나 다른 일도 아닌 표절의혹이란 소리에 나는 어이가 없어 전화를 끊었었다. 작가를 믿었기에 그전에 올라온 음해성 글들과 같은 맥락일거라고만 생각했다. 처음 <스캔들>과 <국향가득한집>이 나왔을 때 올라왔던 그런 음해성 글들. 파란불매운동-_-을 해야 한다는 그런 글들로만 생각했다.
공연이 끝나고 다시 핸드폰을 켰더니 수많은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 뭔 일이 나긴 났나보다 생각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모 작가님과 통화를 했다. 작가님은 조금은 흥분하신듯 팀장님이 어떻게 표절작을 내실 수 있냐고 물어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득해졌다. 그 작가님은 나와 마찬가지로 표절문제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신 분이라 그분이 표절작이라고 하면 표절작이 확실하니까.
하지만 그 작가님을 믿는만큼 <내 남자다>의 작가님도 믿었기에 <내 남자다>작가와 통화를 시도했다.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우선 두 작품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내 남자다>가 표절했다고 의혹을 받은 작품은 동인지였다. 그 바닥에서야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라는데 동인지를 보지않는 나로서는 제목도 작가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더군다나 동인지라 원본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동안에도 표절에 대해 해명하라는, 게시판에 와서 난리를 치는 글들은 계속 올라왔고 (양심없는 출판사네요라거나, 전 파란책은 사보지 않을 겁니다! 같은 글부터 음지문학을 이용해 먹는 출판사라는 평에 파란미디어 라는 출판사는 정녕 인유어의 존재를 몰랐던 것일까요? 출판계라면서 동인지도 모르다니...-_-;;;;,동인지를 보지 않는다고 질책하는 글에 국내 유명한 로맨스 작가님들은 파란미디어 만큼은 피해주시길이라고 로맨스작가들에게 충고하는 친절한 글까지 ) 그런 글들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그렇게 23일 자정이 지나고 24일이 왔다.
전날부터 밤을 샌 나는 엠에스엔으로 주변 여기저기에 수소문 한 결과 24일 새벽 어렵게 그 동인작품의 파일을 구할 수 있었다. 파일을 열고 글을 읽어 내려갔다. 눈 앞이 까매졌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머리가 멍해졌다. 단순히 두 작품을 비교해봤을 때 표절이란 소리를 들어도 변명 할 수가 없을만큼 두 작품은 닮아 있었다. 나중 <내 남자다> 관련 공지에도 올렸지만 구성, 장면, 대사, 캐릭터 등에서 유사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충분히 표절로 의심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채로 아침을 맞았고 출판사로 출근을 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무엇부터 수습을 해야할지 몰랐다. 아무 것도 하기 싫었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표절이라니, 내가 표절작을 내다니. 부끄러웠다. 너무 부끄러웠고 화가 났다.
<내 남자다>는 굉장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다. 나야 내가 만든 모든 책에 다 애정을 가지지만 <내 남자다>는 조금 더 애정이 가는 작품이었다. 신인으로 나를 믿고 계약해 준 첫번째 작가 그리고 내가 처음 컨텍한 신인의 글이었기에 그런 애정을 가지게 된 건지도 모른다. 처음 계약을 맺고 책이 서점에 깔리기까지의 이런저런 일들이 떠올랐다.처음 <내 남자다>를 계약하고 6개월에 걸쳐 4번이나 수정한 일, 제목을 다시 뽑고 카피를 짜고 작가와 상의했던 일들, 표지를 고르고 서점에 배본 하기 전 표지에서 미세한 실수를 발견해 다시 전량 수거해(어떤 출판사는 책등과 표지에 작가 이름이 다르게 나와도 그냥 책을 내긴 하더만) 표지제작과 제본을 다시 한 일. 공을 들인만큼 애정을 가졌던만큼 배신감은 상실감은 더 컸다.
마음을 다잡고 우선 작가와 다시 연락을 취해 보았다. 다행스럽게 통화가 되었고 <내 남자다>와 그 동인물이 유사한 이유를 듣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해 엄밀히 따지자면 표절은 아니었다. <내 남자다>의 작가는 원작자에게 원고를 보여주고 동의를 얻었고 원작자 역시 팬픽션이라고만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원작자와의 통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하지만 아무리 원작자의 동의가 있었고 원작자도 표절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나는 여전히 부끄러웠고 화가 났다. 내가 <내 남자다>를 계약하겠다고 마음먹은, 그리고 내가 <내 남자다>를 재미있게 보았던 이유가 결국엔 원작자가 만들어 놓은 설정 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건 법적으로 표절은 아니었지만 내 맘속에선 표절이었다. 그리고 <내 남자다> 작가가 그 이야기를 나한테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는데에 더 화가 났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계약을 하지 않았을 거고 계약을 했더라도 <내 남자다>의 작가와 총 3편의 계약을 한 상태 였기 때문에 만약 그 이야기만 해줬었다면 <내 남자다>는 포기하더라도 다른 두 작품은 살릴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일은 이미 벌어졌고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선택은 둘 중 하나였다. 표절을 인정하고 전량 회수, 폐기 하는 방법. 아니면 원작자의 동의가 있었으니 표절이 아니라고 우기고 뻔뻔하게 대처하는 방법. 만약 표절을 인정한다면 금전적인 손실도 손실이지만 출판사 이미지는 급속도로 망가질 게 뻔했다. 역시 표절이 아니라고 우기고 뻔뻔하게 나간다해도 역시 출판사 이미지는 망가질 게 뻔했다. 둘중 어느 걸 택하더라도 이미지는 망가질 게 뻔했다. 둘다 이미지가 나빠질게 뻔하다면 금전적인 손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신생 출판사였고 작은 출판사여서 2권의 책을 전량 폐기 한다면 그 손해는 작은 게 아니었다. 그 금전적인 손실을 감수하고 이미지까지 나빠진다면 최악의 경우 출판사 문을 닫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나는 뻔뻔해 질 수가 없었다. 절대 그럴 수 없었다. 법적으로는 표절작이 아니었지만 컬투말대로 표절은 마음속에 있는 거고. -_- 이건 법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였으니까.
결국 맘 속으론 표절을 인정하기로 하고(법적으론 아니었지만-_-) 전량 회수 폐기쪽으로 결론을 냈다. 하지만 쉽게 그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결론은 내렸지만 고민하고 갈등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도 사람인지라 눈 한번 질끈 감으면, 지금 이 순간만 넘기면 금전적인 손실도 없을거고 사람들은 쉽게 이 이야기를 잊을거라고 자꾸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내 고민과 갈등에 종지부를 찍은 건 두개의 게시물 이었다.
파란미디어 출판사 그런 출판사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출판사 관련 사람아니고; 예전 표절 사건 읽어보다가 박대일 팀장님 이름을 봤습니다. 그리고 파란미디어 책을 보면 펴낸이 박대일이라고 나옵니다. 설마 다른 사람은 아니겠죠? 예전에 있었던 표절 사건때 사건을 제대로 처리했던 게 영언문화사 편집부의 박대일 팀장님으로 기억하는데 (이때 정확한 선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느낌을 받아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잠잠해지니까 표절한 책을 출판한 모 출판사도 아니고 박대일 팀장님이 있는 파란미디어가 맞다면 그럴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지도 빨리 올리고 진상조사도 빨리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이전의 표절책 하나가 광팬들에 의해 유야무야 출판됐다고 알고 있는데, 그때 확실하게 처단을 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하고 아쉬움을 표합니다.
수많은 비난 글들 속에 있던 옹호 글. 고마웠다. 그때 그 사건을 잊지 않고 또 내 이름을 기억하고 믿어 준 파란을 믿어준 그 독자가 고마웠다. 그 독자한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정을 내리게 해준 또 하나의 게시물은 누군가의 제보로 알게 된 지수현 지인(게시물엔 지수현 이란 이름은 안나오지만 읽으면 지수현 지인임을 알 수 있다. -_- 이 게시물은 맨 아래로.)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각 동인 사이트에 올린 글이었다.
그 글을 읽고 나는 반성했다. 그랬다. 그들은 잊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내가 실수만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잊고 있었다. 처음과 두번째 책의 작은 성공에 취해 내가 왜 로맨스 출판을 하게 됐으며 내가 무슨 마음으로 로맨스 출판을 하겠다고 맘 먹었는가를 잊고 있었다. 그 마음을 잊고 있었다. 내가 왜 지수현을 싫어하게 됐는지를, 출판사를 차리며 눈과 마음 같은 출판사는 절대로 되지 않겠다고 다짐 했던 걸 나는 잊고 있었다. 그랬다. 눈과 마음 같은 출판사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비록 이번 한번의 고비로 출판사가 쓰러지더라도 그리고 이런 결정이 어설픈 치기로 인한 알량한 정의감일지라도, 양심따위 내몰라라 하는, 비도덕한 사람, 비도덕한 출판사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다.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내 남자다>와 관련된 공지를 올렸고 결국 <내 남자다>를 전량 회수 폐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리고 걱정스러워 위로를 해주기 위해 사무실 온 몇몇 작가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나갔다. 바람은 찼고 날은 추웠다. 하지만 마음은 개운했고 기뻐서 마신 술은 아니었지만 술은 쓰지 않았다. 그랬다. 2004년 크리스마스 이브는 어떻게 보면 최악의 크리스마스 이브였지만 나로 하여금 책을 만드는 이유를 다시 일깨워 준 고마운 날이었다.
그리고 또 나는 고마웠다. '그들'이.
나를 비난하고 나에게 욕을 하고, 내게 이유없는 악의를 보내는 그들이 있기에 내가 더 노력 할 수 있으니까. '그들'에게 책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노력하는 내가 될 수 있으니까.
그렇게 2004년은 저물었고 2005년이 왔다. 여전히 표절 시비가 일었고 몇몇 작품은 표절임이 확실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침묵했고 나는 담담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지수현의 지인이라고우기는 사람이 동인사이트에 올린 글
요즘 벌어지는 로맨스쪽 표절사건...
보아하니 로맨스쪽 특히 출판사쪽 생리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이해할수 없는 사건일 것이다.
이번사건...
푸른미디어 출판사...
어딘가 미심쩍다 했더니만 내 지인이 지난번에 호되게 당한 XX 출판사 당시 박팀장이라던(남자임!) 개새끼가 따로 나가서 새운 출판사라고 하더군...
이새끼 또 이런일 벌일 줄 알았다.
이거 다 그인간이 조정하고 그 작가는 그 밑에서 놀아나고 있는거 아는 사람은 아마 알고 있겠지...쯧쯧쯧
그때도 그렇게 사람 염장을 지르더니~
이제는 로맨스쪽에서 그렇게 하던 수법이 안되니 야오이쪽에서 이런 수법으로 배껴 로맨스로 팔아먹냐~ 이개새끼야~
그때도 처음엔 지네가 구상은 먼저 했다고 하다가~
또 얼마 지나니까 옛날에도 그런 소재의 원작이 있었으니까 니네가 먼저 표절한게 아니냐고 물타기를 하더니~
또 조금 지나서는 뒷 줄거리 시놉만 같고 책 내용은 다르니 책이 나온 뒤에 결판을 내자며 소송까지 하자고 생쑈를하고 출판금지를 하네~ 맞고소를 하네~ 책을 회수하네~ 마네~ 하더니~
이번에도 출판금지? 쑈를 고대로 하고있지?
다팔고 회수조치 하는 둥 마는둥 그거 니네가 잘 하는 짓이잖아?
박팀장~ 말로만 번드드르르 안그래???
그게 결국은 나중에 알고보니 내 지인이 그때 좀알아준다고 그 유명세에 니네 작가 책도 덩달아 잘나가게 하려는 수작이였지?
이 새끼야 그렇게 돈 버니 좋냐~
이제는 엄한쪽글 끌어다 짜집기까지 하냐~
세상 그렇게 살지마라~
내가 로맨스 게시판 돌아댕겨보니 니네쪽 애들풀어 옛날사건 끄집어내 물타기 하는거 다 보인다....
이 잡놈아!!!
너 나중에 그대로 다 벌받아!!! 이 XXX 야!!!
표절의혹이 처음 제시된 날은 정확하게 23일이었다. 그날 부모님과 마당놀이를 보기로 했던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오후 3시경 퇴근을 했고 로맨스 사이트에 그런 게시물들이 올라 오고 있는지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그런 의혹이 올라왔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주변은 너무 시끄러웠고 소음너머로 들려온 더군다나 다른 일도 아닌 표절의혹이란 소리에 나는 어이가 없어 전화를 끊었었다. 작가를 믿었기에 그전에 올라온 음해성 글들과 같은 맥락일거라고만 생각했다. 처음 <스캔들>과 <국향가득한집>이 나왔을 때 올라왔던 그런 음해성 글들. 파란불매운동-_-을 해야 한다는 그런 글들로만 생각했다.
공연이 끝나고 다시 핸드폰을 켰더니 수많은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 뭔 일이 나긴 났나보다 생각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모 작가님과 통화를 했다. 작가님은 조금은 흥분하신듯 팀장님이 어떻게 표절작을 내실 수 있냐고 물어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득해졌다. 그 작가님은 나와 마찬가지로 표절문제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신 분이라 그분이 표절작이라고 하면 표절작이 확실하니까.
하지만 그 작가님을 믿는만큼 <내 남자다>의 작가님도 믿었기에 <내 남자다>작가와 통화를 시도했다.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우선 두 작품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내 남자다>가 표절했다고 의혹을 받은 작품은 동인지였다. 그 바닥에서야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라는데 동인지를 보지않는 나로서는 제목도 작가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더군다나 동인지라 원본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동안에도 표절에 대해 해명하라는, 게시판에 와서 난리를 치는 글들은 계속 올라왔고 (양심없는 출판사네요라거나, 전 파란책은 사보지 않을 겁니다! 같은 글부터 음지문학을 이용해 먹는 출판사라는 평에 파란미디어 라는 출판사는 정녕 인유어의 존재를 몰랐던 것일까요? 출판계라면서 동인지도 모르다니...-_-;;;;,동인지를 보지 않는다고 질책하는 글에 국내 유명한 로맨스 작가님들은 파란미디어 만큼은 피해주시길이라고 로맨스작가들에게 충고하는 친절한 글까지 ) 그런 글들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그렇게 23일 자정이 지나고 24일이 왔다.
전날부터 밤을 샌 나는 엠에스엔으로 주변 여기저기에 수소문 한 결과 24일 새벽 어렵게 그 동인작품의 파일을 구할 수 있었다. 파일을 열고 글을 읽어 내려갔다. 눈 앞이 까매졌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머리가 멍해졌다. 단순히 두 작품을 비교해봤을 때 표절이란 소리를 들어도 변명 할 수가 없을만큼 두 작품은 닮아 있었다. 나중 <내 남자다> 관련 공지에도 올렸지만 구성, 장면, 대사, 캐릭터 등에서 유사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충분히 표절로 의심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채로 아침을 맞았고 출판사로 출근을 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무엇부터 수습을 해야할지 몰랐다. 아무 것도 하기 싫었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표절이라니, 내가 표절작을 내다니. 부끄러웠다. 너무 부끄러웠고 화가 났다.
<내 남자다>는 굉장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다. 나야 내가 만든 모든 책에 다 애정을 가지지만 <내 남자다>는 조금 더 애정이 가는 작품이었다. 신인으로 나를 믿고 계약해 준 첫번째 작가 그리고 내가 처음 컨텍한 신인의 글이었기에 그런 애정을 가지게 된 건지도 모른다. 처음 계약을 맺고 책이 서점에 깔리기까지의 이런저런 일들이 떠올랐다.처음 <내 남자다>를 계약하고 6개월에 걸쳐 4번이나 수정한 일, 제목을 다시 뽑고 카피를 짜고 작가와 상의했던 일들, 표지를 고르고 서점에 배본 하기 전 표지에서 미세한 실수를 발견해 다시 전량 수거해(어떤 출판사는 책등과 표지에 작가 이름이 다르게 나와도 그냥 책을 내긴 하더만) 표지제작과 제본을 다시 한 일. 공을 들인만큼 애정을 가졌던만큼 배신감은 상실감은 더 컸다.
마음을 다잡고 우선 작가와 다시 연락을 취해 보았다. 다행스럽게 통화가 되었고 <내 남자다>와 그 동인물이 유사한 이유를 듣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해 엄밀히 따지자면 표절은 아니었다. <내 남자다>의 작가는 원작자에게 원고를 보여주고 동의를 얻었고 원작자 역시 팬픽션이라고만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원작자와의 통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하지만 아무리 원작자의 동의가 있었고 원작자도 표절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나는 여전히 부끄러웠고 화가 났다. 내가 <내 남자다>를 계약하겠다고 마음먹은, 그리고 내가 <내 남자다>를 재미있게 보았던 이유가 결국엔 원작자가 만들어 놓은 설정 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건 법적으로 표절은 아니었지만 내 맘속에선 표절이었다. 그리고 <내 남자다> 작가가 그 이야기를 나한테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는데에 더 화가 났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계약을 하지 않았을 거고 계약을 했더라도 <내 남자다>의 작가와 총 3편의 계약을 한 상태 였기 때문에 만약 그 이야기만 해줬었다면 <내 남자다>는 포기하더라도 다른 두 작품은 살릴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일은 이미 벌어졌고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선택은 둘 중 하나였다. 표절을 인정하고 전량 회수, 폐기 하는 방법. 아니면 원작자의 동의가 있었으니 표절이 아니라고 우기고 뻔뻔하게 대처하는 방법. 만약 표절을 인정한다면 금전적인 손실도 손실이지만 출판사 이미지는 급속도로 망가질 게 뻔했다. 역시 표절이 아니라고 우기고 뻔뻔하게 나간다해도 역시 출판사 이미지는 망가질 게 뻔했다. 둘중 어느 걸 택하더라도 이미지는 망가질 게 뻔했다. 둘다 이미지가 나빠질게 뻔하다면 금전적인 손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신생 출판사였고 작은 출판사여서 2권의 책을 전량 폐기 한다면 그 손해는 작은 게 아니었다. 그 금전적인 손실을 감수하고 이미지까지 나빠진다면 최악의 경우 출판사 문을 닫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나는 뻔뻔해 질 수가 없었다. 절대 그럴 수 없었다. 법적으로는 표절작이 아니었지만 컬투말대로 표절은 마음속에 있는 거고. -_- 이건 법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였으니까.
결국 맘 속으론 표절을 인정하기로 하고(법적으론 아니었지만-_-) 전량 회수 폐기쪽으로 결론을 냈다. 하지만 쉽게 그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결론은 내렸지만 고민하고 갈등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도 사람인지라 눈 한번 질끈 감으면, 지금 이 순간만 넘기면 금전적인 손실도 없을거고 사람들은 쉽게 이 이야기를 잊을거라고 자꾸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내 고민과 갈등에 종지부를 찍은 건 두개의 게시물 이었다.
파란미디어 출판사 그런 출판사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출판사 관련 사람아니고; 예전 표절 사건 읽어보다가 박대일 팀장님 이름을 봤습니다. 그리고 파란미디어 책을 보면 펴낸이 박대일이라고 나옵니다. 설마 다른 사람은 아니겠죠? 예전에 있었던 표절 사건때 사건을 제대로 처리했던 게 영언문화사 편집부의 박대일 팀장님으로 기억하는데 (이때 정확한 선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느낌을 받아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잠잠해지니까 표절한 책을 출판한 모 출판사도 아니고 박대일 팀장님이 있는 파란미디어가 맞다면 그럴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지도 빨리 올리고 진상조사도 빨리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이전의 표절책 하나가 광팬들에 의해 유야무야 출판됐다고 알고 있는데, 그때 확실하게 처단을 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하고 아쉬움을 표합니다.
수많은 비난 글들 속에 있던 옹호 글. 고마웠다. 그때 그 사건을 잊지 않고 또 내 이름을 기억하고 믿어 준 파란을 믿어준 그 독자가 고마웠다. 그 독자한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정을 내리게 해준 또 하나의 게시물은 누군가의 제보로 알게 된 지수현 지인(게시물엔 지수현 이란 이름은 안나오지만 읽으면 지수현 지인임을 알 수 있다. -_- 이 게시물은 맨 아래로.)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각 동인 사이트에 올린 글이었다.
그 글을 읽고 나는 반성했다. 그랬다. 그들은 잊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내가 실수만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잊고 있었다. 처음과 두번째 책의 작은 성공에 취해 내가 왜 로맨스 출판을 하게 됐으며 내가 무슨 마음으로 로맨스 출판을 하겠다고 맘 먹었는가를 잊고 있었다. 그 마음을 잊고 있었다. 내가 왜 지수현을 싫어하게 됐는지를, 출판사를 차리며 눈과 마음 같은 출판사는 절대로 되지 않겠다고 다짐 했던 걸 나는 잊고 있었다. 그랬다. 눈과 마음 같은 출판사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비록 이번 한번의 고비로 출판사가 쓰러지더라도 그리고 이런 결정이 어설픈 치기로 인한 알량한 정의감일지라도, 양심따위 내몰라라 하는, 비도덕한 사람, 비도덕한 출판사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다.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내 남자다>와 관련된 공지를 올렸고 결국 <내 남자다>를 전량 회수 폐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리고 걱정스러워 위로를 해주기 위해 사무실 온 몇몇 작가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나갔다. 바람은 찼고 날은 추웠다. 하지만 마음은 개운했고 기뻐서 마신 술은 아니었지만 술은 쓰지 않았다. 그랬다. 2004년 크리스마스 이브는 어떻게 보면 최악의 크리스마스 이브였지만 나로 하여금 책을 만드는 이유를 다시 일깨워 준 고마운 날이었다.
그리고 또 나는 고마웠다. '그들'이.
나를 비난하고 나에게 욕을 하고, 내게 이유없는 악의를 보내는 그들이 있기에 내가 더 노력 할 수 있으니까. '그들'에게 책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노력하는 내가 될 수 있으니까.
그렇게 2004년은 저물었고 2005년이 왔다. 여전히 표절 시비가 일었고 몇몇 작품은 표절임이 확실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침묵했고 나는 담담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지수현의 지인이라고우기는 사람이 동인사이트에 올린 글
요즘 벌어지는 로맨스쪽 표절사건...
보아하니 로맨스쪽 특히 출판사쪽 생리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이해할수 없는 사건일 것이다.
이번사건...
푸른미디어 출판사...
어딘가 미심쩍다 했더니만 내 지인이 지난번에 호되게 당한 XX 출판사 당시 박팀장이라던(남자임!) 개새끼가 따로 나가서 새운 출판사라고 하더군...
이새끼 또 이런일 벌일 줄 알았다.
이거 다 그인간이 조정하고 그 작가는 그 밑에서 놀아나고 있는거 아는 사람은 아마 알고 있겠지...쯧쯧쯧
그때도 그렇게 사람 염장을 지르더니~
이제는 로맨스쪽에서 그렇게 하던 수법이 안되니 야오이쪽에서 이런 수법으로 배껴 로맨스로 팔아먹냐~ 이개새끼야~
그때도 처음엔 지네가 구상은 먼저 했다고 하다가~
또 얼마 지나니까 옛날에도 그런 소재의 원작이 있었으니까 니네가 먼저 표절한게 아니냐고 물타기를 하더니~
또 조금 지나서는 뒷 줄거리 시놉만 같고 책 내용은 다르니 책이 나온 뒤에 결판을 내자며 소송까지 하자고 생쑈를하고 출판금지를 하네~ 맞고소를 하네~ 책을 회수하네~ 마네~ 하더니~
이번에도 출판금지? 쑈를 고대로 하고있지?
다팔고 회수조치 하는 둥 마는둥 그거 니네가 잘 하는 짓이잖아?
박팀장~ 말로만 번드드르르 안그래???
그게 결국은 나중에 알고보니 내 지인이 그때 좀알아준다고 그 유명세에 니네 작가 책도 덩달아 잘나가게 하려는 수작이였지?
이 새끼야 그렇게 돈 버니 좋냐~
이제는 엄한쪽글 끌어다 짜집기까지 하냐~
세상 그렇게 살지마라~
내가 로맨스 게시판 돌아댕겨보니 니네쪽 애들풀어 옛날사건 끄집어내 물타기 하는거 다 보인다....
이 잡놈아!!!
너 나중에 그대로 다 벌받아!!! 이 XXX 야!!!
# by | 2005/11/30 17:10 | 로맨스와 나 | 트랙백 | 덧글(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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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님 그 전에도 유명했는데(뭘로?) 우리만 몰랐던겨?
서누/5만원이라..나중에 기회 있으면 한번 물어나 볼까요?
투덜돼지/무섭죠. 무서운데 요즘은 그냥 그러려니 해요. ^^
아코/응. 아무래도 그런가 봐. -_-
功名誰復論/뭐 적들은 나오지만 제가 좋아하는 요정 같은 건 안나오니 아무래도 영화가^^;;;
BOSOMI/그래요.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았을 뻔 했어요. 그나저나 그때정말 고마웠어요. ^^ 늘 고맙게 여기고 있답니다. 호호호호호.
리체/응. 역시 크리스마스에는 교정 보는 게 짱이야. -_-
정박/아니 꼭 니 이야기는 아니야. ^^ 나 그런 책 많이 봤거든. -_-
pena9/호호호호호. 저는 한숨도 안 나와요.^^
찬별/설마 벌써 끝이겠니. ^^
네크/그때 오른 혈압이 아직도 안 내려가. -_-
드디어비밀글/잡놈아야 뭐 욕도 아니죠. ^^
전량회수라니, 정말 대단한 결단을 내리셨군요. 이게 얼마나 어려운 결단인지는 잘 압니다.
참을성에 존경심이 생깁니다.
우움...
(지워야하나...ㅡㅡㅋ)
(지수현 작가의 지인이라는 사람 말입니다.;)
또, 게시판에 올라왔었는데 사라진 글 있으면 말씀만 해주세요.
곰둘/참을성이 강한 게 아니라 그냥 둔한거죠 뭐.^^
해야/저 글은 의외로 많은 분들이 모르시더라구요.^^
징소리/아마 그랬을 걸요.^^
또비밀글1/가끔은 저도 저런 팬들이 부러워요.^^
아르테미스/하하하. 지우실 필요까지야.^^
또비밀글2/넵. 그럼 토요일에 뵈요.^^
새비밀글1/하하하하하. ^^
새비밀글2/네. 연락드리겠습니다.^^
듀란달/저 지인은 누군지 정말 한번은 보고 싶어요. ^^
새비밀글3/ㅎㅎㅎㅎ. 정말 세상에는 재밌는 사람이 많아요. ^^
초록불/근데 쓰다보니 본론이 뭐였는지를...뭐였죠? -_-
또비밀글1/넵. 교정보며 행복하게^^
또비밀글2/그게 가능하더라구. ^^ 그나저나 투고 안하냐? ^^
또비밀글3/헉 감성이라뇨. 도끼 사진을 보시고도..^^
또비밀글4/설마 본인이겠어요? 설마? 그리고 아직 꽃은..^^
또또비밀글1/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또또비밀글2/앗. 그래요. 고맙습니다.^^
nomodem/네. 나중에도 부탁드리죠.^^
또또비밀글3/음..그런 소문이 도나요. 그건 또 처음 듣는 소리라 한번 알아봐야겠는데요.^^
또또비밀글4/넵. 저희도 노력하겠습니다. ^^
위의 글은 한자 한자 원한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출판계는 이런일 있어도 생존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무림쪽은 아닌거 같네요. 내가 입 열면 폭탄 여러개 터질텐데, 그 후에 내가 살아있을 수 있을지... 그래도 역시 출판문화계 사람들은 젊잖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작년과 반대로 좋은일만 있을 거예요.
새비밀글2/^^ 제가 럽펜에 올렸던 공지를 참조하세요. ^^
한도사/아니 술 마셔준 준것도 고마운데요.^^
초록불/눈과 마음에 투고할까요? ^^
도로시/사무실에서 일하자고.호호호호호.
새비밀글3/헉. 아니 에. 쩝. 고맙습니다. ^^ 제가 부끄럼을 잘타서^^
새비밀글1/아.네.^^ 아유 쑥스러워라. 호호호호호.
새비밀글2/그러게요. 좋은 일만 생각하며 살아도 모자른 인생인데요.
새비밀글3/하하. 그래요.^^
새비밀글4/그게 편집자의 비애죠. 뭐.
데몽이/응.^^ 고마워^^
새비밀글5/넵. **님도 행복한 주말.^^
새비밀글6/아아. 정말 추웠어요.
또데몽이/어떤 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