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1월 02일
잡담-수염을 자르다
수염을 잘랐다. 새해엔 새로운 기분, 뭐 이런 이유는 아니고 아무래도 겨울이다 보니 국물 있는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국 그릇을 들고 국물을 시원하게 들이켤라치면 자꾸만 수염이 국 속에 빠져서다. -_-
막걸리 한사발 벌컥벌컥 들이켜는 거야 그런대로 폼도나고 마신 뒤 한손으로 수염끝에 묻은 막걸리를 훔쳐내며 호기롭게 어험 하는 것도 봐줄만 한데 설렁탕이나, 갈비탕이나 암튼 텁텁한 국속에 빠진 수염은 보기도 안좋거니와 주변 사람들의 시력저하를 가져올뿐더러 스스로도 찜찜하다. -_-
그래서 예전 30cm 씩 기르고 다닐때는 어떻게 했나를 되돌아보니 그때는 지금보다 어려서 그랬는지 일단 뭘 먹을때 흘리지 않았다. 게다가 그정도 되니 국물 마실 때 한손으로 수염을 잡아도 그림이 됐다. -_- 하지만 지금은 겨우 5cm. 잡기엔 뭔가 어설프고 30cm 까지 기르자니 부지하세월이다. 하여 결국 덥수룩한 수염을 큰 맘먹고 잘랐는데 턱 밑과 얼굴의 반을 가리던 수염이 사라지니 이런 젠장 춥다. -_-
추운 것도 추운거니와 거울로 본 얼굴이 낯설다. 예전 대학때 복학을 하고 학교에 가니 몸무게가 30kg쯤 빠진데다 어깨까지 기르던 머리도 자르고 30cm 수염도 밀었더니 교수님도 못 알아보시긴 했다. 학교 앞 포천막걸리 주인이모만 알아보고 반색을 하시더라. -_- 뭐 교수님 얼굴 본 시간보다 막걸리집 주인이모 얼굴 본 시간이 많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암튼 맨들맨들하고 포동포동한 볼과 턱을 보니 나이를 먹긴 먹었다. 그래도 예전엔 맨들맨들 하다못해 윤까지 났었는데(내가 그래도 피부는 좋다.쿨럭) 아하! 나이는 못속이나 싶더라. 뭐 그래봐야 내일, 혹은 모레면 다시 거뭇거뭇 수염이 자랄 거고 일주일이면 다시 덥수룩한 알버트 할아버지가 될터이니 걱정은 없다.
알버트 할아버지 하니 또 생각나는데 캔디를 보며 눈물 짓던 그 어린시절 나는 안소니보다 테리우스보다 알버트 할아버지가 괜히 좋았다. 특히 그 수염이 너무 부러웠었다. 그때야 내가 커서 수염이 날지 배가 통통해질지 새초롬한 박언니가 될지 전혀 모르던 시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때 그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 나는 수염이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고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는 빡빡머리에 수염을 기른채로 도끼와 낫을 휘두르는 발랄한 청소년으로 자랐고(알버트 할아버지를 모델로 삼았는데 아, 젠장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흑선풍 이규, 혹은 노지심이 되어버렸다. 그때 별명은 노지심이었다. OTL) 결국 고등학교 졸업앨범에 수염을 기른채로 교장선생님이랑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는 그런 청소년이 되어버렸다. -_- 교장선생님 미안.
어쨌거나 수염을 잘랐다. 수염자른 기념으로 뭐할까 고민중이다. 연애나 해볼까 싶은데 이런 젠장 연애는 아무나 하나. 연애도 연애에 어울리는 몸과 마음을 갖춰야 하는데 제기랄 몸이야 모르겠지만 마음가짐이 아직 그렇지 못하니. 연애에 적합한 마음가짐이 생길때쯤이면 다시 수염은 자라있을테고 그럼 난 또 도끼를 휘두를..아 요즘은 손수건을 흔들지. 암튼.
그냥 소주나 마셔야겠다.
# by | 2006/01/02 18:37 | 잡담 혹은 농담 | 트랙백 | 덧글(1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이지스/그러자고 날 잡아봐^^
캐산/에..곱슬거려서 붓으로는-_-
초록불/-_- 그렇지 않아도 못내 찜찜해서 수정해야겠다 맘 먹었더니 그새-_- 고쳤어요. 생각해보니 사람 없어서란 말 하면 안되겠더라구요. 흑흑
roam/ㅎㅎ 넵. 올해도 17살^^
pena9/일주일이면 다시 덥수룩이라-_-
비밀글2/ㅎㅎㅎ 오움진리교교주라고 놀림 받았더랬죠. -_)
비밀글2/덧글 남기겠습니다.
데몽이/그래. 좋은 날 이야기 해줘.^^
로코/헉..사진..원고랑 바꿀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