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근 보름만의 음주. 소주 한병에 흠뻑 취한 나는 풀어진 눈으로 어두운 하늘만 바라보았다. 바람 때문이었을까? 누군가의 손을 잡고꼭 쥐고 체온을 느끼고 싶었다. 자주가는 단골 카페의 친구에게 손을 빌려 달라고 했다. 생각만큼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손을 잡자 울컥 가슴이 시렸다. 가슴이 시려와 나는 화들짝 손을 놓았다. 같이 소주를 나눠 마신 친구가 혀를 찼다. 나는 잠시 부끄러웠지만 그건 말 그대로 잠시였다. 바람은 차고 가슴이 시린 나는 적당량의 위스키에 우유와 커피를 타 시린 속을 데웠다. 속은 데워졌지만 여전히 손은 허전했다. 한때의 그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여자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 나는 어쩌면 안도했는지도 모른다. 다시 술을 마시고 바람을 맞고 하늘을 보고.
새벽 1시. 누군가에게라도 전화를 걸어 그저 바람이 차다고 손을 잡고 싶다고 그냥 단지 목소리가 듣고 싶을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어디에도 전화를 걸 곳이 없었다. 핸드폰을 열고 지금은 잊혀진 사람들의 번호를 하나하나 지워내려갔다.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고 보름만에 술을 받아들인 내 위장은 그 술을 이겨내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 오는길 나는 오바이트를 했고 그 오바이트와 함께 뭔가가 내 가슴에서 빠져나갔다. 어딘가 모르게 개운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정말 생각뿐이었다. 지친 몸으로 새벽에 눈을 떴을 때 밤새 꿈속에서 기억 못할 뭔가에 시달렸으면서도 나는 내가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만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by 감정의폭주족 | 2007/04/25 16:39 | 잡담 혹은 농담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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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04/25 16: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찬별 at 2007/04/25 23:01
흑.. 형도 드디어 금주의 길, 그에 이은 소주 한병 마시고 뻗기의 길에 접어든.... 거라고 하려다가 자세히 읽어보니 우유와 커피를 탄 양주가 더해졌군요 -_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7/04/25 23:34
이 사람이... 전화해. 그 시간에 자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렵다고...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7/04/25 23:49
저도 누군가에겐 잊혀진 사람이 되어서 지워졌을 거란 생각을 하니... 씁슬하군요. 나이를 먹어갈수록 잊고 잊혀진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는 걸 알기에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것이겠지요.
이제 누군가를 만나서 무언가를 시작하실 때가 되신 건 아닐런지요. ^^
Commented at 2007/04/26 06: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4/26 08:0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오우거 at 2007/04/26 11:24
아아, 눈물샘이;;;;
Commented by 맑음뒤흐림 at 2007/04/26 13:25
반대로 누군가에게 무엇이 된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더군요...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7/04/26 17:12
비밀글1/칭찬이지? ^^
찬별/거기에 맥주도 마셔줬지. 훗.
초록불/그게 또 참....
석양무사/에..그게 그러니까...
비밀글2/^^ 고맙습니다.
비밀글3/잘 살지?
오우거/아니 왜요?
맑음뒤흐림/맞아요.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힘들죠.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7/04/27 17:57
왜 좋은술을 혼자 마셔요. 술 마실사람이 없거든, 전화해요~
Commented at 2007/04/28 17: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7/04/30 15:26
한도사/ㅎㅎㅎ
비밀글/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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