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30일
열대야
금요일. 늦은 밤. 홍대. 거리엔 온통 투명한 사람들. 늦은 합류. 서먹한 분위기. 소주 두잔. 오르는 취기. 그리고 먹먹함 혹은 막막함. 익숙한 자리와 낯선 사람. 처음 본 친구의 친구는 스스로를 일본어 강사라고 소개했고 나는 내가 아는 유일한 일본어를 우물거렸다. "사비시." "네?" "아뇨 사비시라구요." 끝내 우물거린 나는 자리를 박차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고 밤 11시 홍대의 열기는 주변에 아지랑이를 피어오르게 만들었다. 내가 우물거리는 동안 사람들은 열기속으로 아지랑이 속으로 비틀거리는 그림자 속으로 막막한 혹은 먹먹한 내 마음속으로 숨었다.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나는 다시 속으로 "사비시"라고 되뇌었다. 다시 차가운 정종한잔. 그리고 다시 침묵. 긴긴 숨바꼭질에 지친 나는 늦은 귀가를 서둘렀고 친구와 함께 돌아와 유통기한이 지난 맛살을 놓고 양주를 마셨다. 홍대의 열기가 방안까지 따라와 올해들어 처음 선풍기를 꺼냈지만 늦은 만남에 선풍기는 털털거렸고 친구는 유통기한 지난 맛살을 탓했다. 그것도 잠시, 친구는 곧 잠이 들었고 나는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술냄새와 땀내음과 친밀함과 우정이라 불려야 마땅한 그 어떤 것들로 꽉 찬 방을 피해 긴 복도로 나갔다. 문을 닫은 방 너머로는 친구의 고른 혹은 고단한 숨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렸고 나는 밤새 책을 읽으며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노려보며 다시 우물거려보았다. "사비시." 우리말로 하면 차마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소리지를 것만 같아, 문을 열고 뛰쳐 나가 비명이라도 지를 것 같아, 정말 그럴 것같아, 그냥 들리지 않게 사비시라고. 혼자 그렇게.....
# by | 2007/07/30 16:23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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