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일

아침부터 머리가 아팠다. 너무 아팠다. 무언가가 내 머리를 강하게 짓누르는 느낌.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고 그저 누군가가 내 머리를 뽑아 깨끗하게 세척해줬으면 싶었다. 아픈 머리를 쥐어 잡고 아직 약에 덜 깬 정신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가야 하는데, 요 며칠 수술했다는 이유로 마감이라는 이유로 비겁하게 시청에 나가지 못했는데, 그래도 오늘은 가야 하는데. 점점 머리는 아파오고 나는 도망치기 위해 약을 먹었다. 까무룩한 깊은 잠. 세시간 쯤 잔 뒤에도 여전히 머리는 아팠다. 불안한 마음과 둥둥 울리는 머리. 수술한 부위 드레싱을 위해 떨어지지 않는 다리를 끌고 병원에 갔다. 드레싱을 하고 병상에 누워 진통제 링겔이 똑똑 떨어지는 것을 바라봤다. 똑똑, 머리가 울렸다. 똑똑, 머리가 아팠다. 똑똑 가야 하는데. 똑똑 비가 오잖아, 의사가 절대 수술한 자국에 물 닿으면 안된다 그랬어. 똑똑 그래도 가야 하는데. 똑똑, 아냐 너 하나 쯤 안 간다고 누가 뭐라 그러지 않아. 똑똑, 그래도 가야 하는데. 똑똑, 그러다 덧나면 너만 바보되는거야. 똑똑, 똑똑, 똑똑, 점점 머리는 깨질듯이 아파왔다. 똑똑, 너 힘들잖아, 너 아프잖아, 그냥 오늘은 모른 척 해. 똑똑, 가야 하는데. 가야 하는데. 가야 하는데. 똑똑, 똑똑, 똑똑. 6시가 다가올수록 머리는 점점 아파왔고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 간호사를 불러 링겔 떨어지는 속도를 빠르게 조절해 달라고 부탁했다. 똑똑똑똑똑.........
링겔을 다 맞은 후 병원 앞에서 차를 잡아 타고 종각역에서 내렸다. 이상하게도 시청 쪽으로 걸어갈수록 머리 아픈게 나아갔다. 조금씩, 조금씩 머리에서 울리는 소리가 사라져갔다. 시청에 도착 해 사람들과 함께 처음처럼을 부르고, 아침이슬을 부르고, 헌법제1조를 부르며 촛불에 불을 켠 순간 신기하게도 머리가 아픈게 싹 사라졌다.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머리가 맑아졌다. 정말, 정말 신기한 일이다.   

by 감정의폭주족 | 2008/07/06 02:07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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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초록불 at 2008/07/06 09:53
어쩌면 초가 타는 성분에 두통을 치료하는 것이 있는 건지도... (그럴 리는 없겠지...)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8/07/06 22:56
촛불이 가장 좋은 치료제 같아요.^^
Commented by 꿀떡 at 2008/07/06 13:34
두통이 심하게 자주 오신다면
이미그란 을 드셔보세요.

촛불의 힘보다는 약하겠지만요..^^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8/07/06 22:56
이미그란, 넵 접수^^
Commented by 맑음뒤흐림 at 2008/07/06 17:09
두통에는 아스피린밖에 권해드릴 게 없네요 ;;; 시청에 못나간다 <-> 시청에 나간다 에서 스트레스 해소로 인한 치료 효과인 듯합니다.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8/07/06 22:56
ㅎㅎㅎ
Commented by 히로 at 2008/07/30 23:23
랜덤타고 왔어요..

이글루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는게 정말 기뻐요^^
제가 서울에 살았다면 매일 갔을텐데..
칼라티비로 늘 응원하고 있어요 화이팅하세요~

Commented by 감정의폭주족 at 2008/07/31 00:02
네. 늘 화이팅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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